설거지 방법 (순서, 기름기, 나무 식기 관리, 싱크대 청소)
그릇을 닦는 순서가 세제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고 나서야 설거지가 그냥 물 틀고 세제 쓰는 일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착한 방법들을 순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설거지 순서, 왜 기름기 없는 것부터 해야 할까
혼자 살 때 초반에는 그냥 눈에 보이는 그릇부터 닦았습니다. 프라이팬 먼저 닦고, 그 스펀지로 밥그릇 닦고. 그러다 보니 거품이 금방 사라지고 물을 계속 틀어야 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이유를 몰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순서가 전부였습니다. 세계 식품 위생 분야에서도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 즉 깨끗한 식기가 오염된 세척수와 접촉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기름기가 스펀지에 한 번 배면 그 이후에 닦는 그릇에 기름막이 남습니다. 이게 교차오염의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미국 FDA 식품 취급 가이드라인(출처: FDA)에서도 세척 순서를 오염 정도에 따라 구분하도록 안내합니다.
제가 지금 지키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컵, 젓가락 등 기름기 없는 소형 식기부터 세척한다
- 밥그릇, 국그릇 등 중간 크기 식기를 순서대로 닦는다
- 기름기가 남은 반찬 그릇을 그 다음에 처리한다
- 프라이팬, 냄비 등 대형 조리도구는 마지막에 닦는다
이렇게 바꾸고 나서 스펀지 하나로 전체를 다 닦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세제도 확실히 덜 씁니다. 거품이 마지막까지 살아있으니까요.
기름기 제거, 세제 전에 키친타월부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키친타월로 그릇을 한 번 닦고 시작한다는 게 처음엔 낭비처럼 느껴졌거든요. 근데 한 번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름기(유지류)는 계면활성제(Surfactant), 쉽게 말해 세제 성분이 기름과 물을 연결해 떼어내는 원리로 제거됩니다. 문제는 기름이 많을수록 계면활성제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키친타월로 표면 기름을 미리 닦아내면 세제가 실제로 처리해야 할 기름의 양 자체가 줄어들고, 그만큼 세제를 덜 써도 됩니다.
배수구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기름이 배수관에 쌓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 악취와 막힘의 원인이 됩니다. 제 경험상 키친타월 한 장 쓰는 습관을 들인 이후로 배수구 냄새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환경부 생활폐수 관리 자료(출처: 환경부)에서도 주방 기름을 하수구에 직접 흘려보내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세제를 원액 그대로 쓰는 분도 많은데, 물과 1대 10 비율로 희석해서 사용하면 거품이 오히려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희석액(Diluted solution)이란 원액의 농도를 물로 낮춘 혼합물을 뜻합니다. 농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세정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헹굼 단계에서 세제 잔류량도 많아집니다. 저도 처음엔 원액을 그냥 스펀지에 짜서 쓰다가 이 방식으로 바꾼 뒤로 세제 한 통이 훨씬 오래 가게 됐습니다.
나무 식기 관리, 한 번 망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나무 식기를 물에 담가두면 안 된다는 걸 정말 몰랐습니다. 어느 날 나무 도마를 설거지통에 한 시간 담가뒀다가 꺼내보니 모서리가 살짝 들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무 식기는 따로 취급합니다.
나무 소재는 흡습성(Hygroscopicity)이 높습니다. 흡습성이란 재료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뜻합니다. 물에 오래 노출되면 목재 내부로 수분이 침투해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갈라짐이나 변형이 생깁니다. 나무 도마, 나무 주걱, 나무 그릇 모두 해당됩니다.
제가 지금 쓰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사용하자마자 즉시 세척하고, 세제는 최소한만 씁니다. 그리고 눕혀서 말리지 않고 세워서 자연건조 합니다. 눕혀두면 한쪽 면만 건조되면서 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방용품을 오래 쓰려면 소재에 맞는 관리법을 아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이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싱크대 청소까지 해야 설거지가 완성됩니다
설거지를 다 했는데 싱크대가 지저분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합니다. 저는 설거지 마무리 단계에 싱크대 청소를 세트로 묶어서 처리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물로 한번 헹구는 정도였는데, 이걸 제대로 하고 나서 주방 전체가 달라 보였습니다.
음식물 거름망은 생각보다 빨리 더러워집니다. 잔여 음식물이 쌓이면 혐기성 세균(Anaerobic bacteria)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혐기성 세균이란 산소 없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악취를 만들어내는 세균을 뜻합니다. 여름철 싱크대 냄새의 주범이 바로 이겁니다. 거름망을 매일 헹구고 일주일에 한 번 세제로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냄새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버리는 일회용 칫솔에 세제를 묻혀 배수구 주변과 싱크대 모서리를 닦는 방법도 써봤는데, 구석까지 닿는 범위가 달라서 효과가 좋았습니다. 행주는 사용 후 반드시 헹궈서 널어야 합니다. 젖은 채로 뭉쳐두면 세균 번식이 4시간 안에도 급격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설거지를 아무리 잘해도 행주가 오염돼 있으면 닦는 의미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설거지를 잘한다는 게 단순히 그릇에 남은 음식물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는 걸,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순서 하나, 습관 하나가 위생과 식기 수명, 배수구 상태까지 바꿉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키친타월로 기름 한 번 닦는 것부터, 나무 도마는 담가두지 않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습관이 쌓이면 주방이 달라집니다.
